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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상,여행

관계를 정리하라고 주어진 시간들....

by 미키만두 202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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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에 강아지 형상을 한 바위모습.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는 뜻으로 많이 알려진 고사성어다. 자연의 이치라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요양원에 계신 노부를 바라보는 자식의 심정이 착잡하다. 며느리가 사다준 딸기를 맛있게 드신다. 비싸서 사달라고 말을 못 하셨단다. 

 

당신이 필요할 때만 전화를 하신다. 요양원 생활에 익숙해져서 불편함이 없어보인다. 자식인들 저렇게 잘 보살필 수가 있을까? 대한민국의 복지제도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노부의 마음에 자식은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분의 마음에 나는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무심코 부친의 전화기를 보다가 그분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먼저 떠난 형과 형수 그리고 조카가 언제나 1순위였다. 

 

문득 요양원에 계신 7년여의 시간과 90을 바라보는 노부의 남은 시간이 이별을 준비하라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시간으로 깨닫게 된다.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 이생에서의 모든 감정들 툭툭 털어버릴 시간이 다가온다. 남들도 다 이럴까? 궁금하다. 부자지간의 애틋함도 희미하다. 

 

짧은 면회시간을 메꿀만한 한 조각의 좋은 추억도 없었다.

가는 귀가 먹어서인가 아들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 그런데 담당 요양 보호사에게 물어보니 아니라고 잘 들으신다고 답한다. 뭐지? 

 

맛있게 딸기를 다 드시고 나니 딱히 서로 할 말이 없다. 그 긴 세월동안 부자지간에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가 하나도 없었다. 

 

나도 놀랍다. 먹는 것이 끝나니 담당 요양보호사님을 부르신다. 올라가시겠다고....그래도 목사라고 노부의 손을 붙들고 축복기도를 한다. 

 

모든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셨다. 

슬픈 마음이 들어 다시는 면회를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이게 부자의 연을 정리하는 마지막 시간들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나님께서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주셨다는 자각이 드니 그것도 감사하다. 어떤 이들은 정리할 겨를도 없이 황망한 이별을 겪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감정의 연결이 끝날 때 쯤에 이 육신의 인연도 끝이 나겠지. 나와 연결된 모든 관계들이 정리되는 순간이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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